▲ 흔히 대기실에서부터 면접은 이미 시작되어 있다고들 하는데 이는 면접장에서의 단정하고 반듯한 모습 말고 지극히 개인적이며 취향별 자세 등에 대해 실무자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중에서)

면접장에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요청받는 경우가 있다. 좋은 기회라 생각해 열심히 소개하고 싶은 것은 ‘지원자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면접관의 마음은 어떠할까?

이번 연재에서는 이런 요청을 받았을 때 답변하는 방법과 면접관의 심리상태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면접장에는 면접을 실시하는 면접장과 지원자들이 기다리는 대기실로 장소가 구분돼 있다. 면접장에는 기업체의 임원들과 채용부서 실무담당 책임자가 배석하게 된다. 그리고 대기실에는 인사담당 실무자가 입장을 준비시키며 대기자들을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흔히 대기실에서부터 면접은 이미 시작됐다는 말이 있다. 이는 면접장에서의 단정하고 반듯한 모습 말고 지극히 개인적이며 취향별 자세 등에 대해 실무자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종 결정 단계에서 선별이 애매하거나 실무자의 시각을 존중하는 기업의 경우는 대기실을 관장하는 실무자의 의견을 첨가해 선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면접관이 지원자를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집단면접의 경우 대기실에서 면접순서대로 지원자들을 면접장으로 입장시킨다. 이때 입장을 마친 후 지정된 대표 지원자의 구령에 맞춰 단체로 인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등으로 인사한다. 이후 면접관은 착석을 허락하고 자리에 앉게 된다.

그 다음에 각 지원자의 번호와 이름을 부르며 면접관들이 가지고 있는 리스트와 지원자의 순서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자칫 순서가 바뀌면 엉뚱한 평가로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한다.

▲ 간단히 자기를 소개하라는 요청에 ‘어떠어떠한 나입니다’ 라고 분명히 대답하면, 형용사로 나를 수식하여 어떤 지원자인지까지도 강조하게 되며, 나의 답변에 면접관은 피곤해 할 여유도 없게 된다. (본문중에서)

물론 다른 방법으로 지원자를 확인하기도 한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라고 요구한다. 이런 경우 지원자들이 실수하기 쉬운 것은 ‘다시 인사’를 하는 것이다. 입장해서 단체로 인사를 하고 착석한 후부터는 본격적인 면접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개별적으로 어떤 종류의 질문이라도 받기 시작할 모양이면 대답하기 전에 다시 인사를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예컨대 ‘안녕하십니까. 저는 0번 000입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인사할 필요가 있는가? 대답은 ‘없다’이다. 인사는 한 번으로 족하고 본격적인 대답만 하면 된다.  

여기서 '제1공식'이 필요하다. 

제1공식은 ‘그것(it)은 ~이다’의 방식으로 답변하는 공식이다. 매우 짧고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로 모의면접을 실시해 보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평소의 언어습관대로 답변을 시작하는 지원자들이 많다. 

면접관은 피곤하다. 비슷한 지원자들을 반복적으로 만나고 그들에게 유사한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유사한 질문에 대한 지원자들의 답변 또한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비슷한 질문을 계속하는 이들이 비슷한 답변을 계속 듣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들어야 한다면 면접관의 기분은 어떠하겠는가? 덧붙여 무척 피곤할 것이다. 이런 면접관들에게는 간결하며 명확한 답변을 해 주는 지원자가 고마울 따름이다.  

실례로 어떤 지원자의 면접사례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요청받은 지원자 A씨는 "저는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슬하에 0남0녀 중 0째로....."라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순간 면접관들의 표정은 ‘올 것이 왔다’라는 것을 감지한 듯 급 피로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좋은 점수를 받기는 물 건너간 일이 된다. 

면접관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 난 후 답변을 들으며 연결시킬 질문꺼리를 찾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래 답변을 할 것이라 추측하며... 이때 A씨가 1공식과 ‘형용사+자기이름’의 답변 방식대로 ‘저는 연주하는 향기 김항기입니다. 이상입니다’라고 답변을 매듭짓는다면 면접관은 흠칫 당황하며(답변이 너무 짧아서...) 추가 질문을 하게 된다.

미처 다음 질문을 고르기 전에 답변이 끝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답변하면 지원자가 잘못 대답한 것인가? 아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라는 요청에 너무도 정확하게 부합된 ‘어떠어떠한 나’라고 분명히 대답한 것이다. 게다가 형용사로 나를 수식하여 어떤 지원자인지까지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도라면 면접관은 피곤해 할 여유도 없게 된다. 지극히 면접관을 배려한 답변방식이라 감히 장담한다. 처음의 긴 답변은 지원자의 책임이지만, 추가질문에 대한 긴 답변은 질문자의 책임이다. 

짧게 자기를 소개하라는 요청에 길게 대답을 하게 되어서 면접관이 지루해 하게 된다면 누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길게 답변한 지원자의 책임이다. 그러나 1공식과 같이 짧지만 강력하고 분명하게 답변을 한 다음 추가 질문을 받게 되어 그에 대해 다소 길게 설명하는 답변을 한다면 길어진 답변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추가 질문을 한 면접관이 부연 설명을 할 시간을 허락한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는 면접관의 책임이 되므로 지원자는 안심해도 좋다. 예컨대 위의 소개의 경우 “연주하는 향기요? 취미가 연주에요? 향기는 무슨 뜻이죠?” 등의 추가 질문을 받게 된다면 그에 대해 다소 길게 설명할 시간을 허락받은 것이기에 다소 길게 설명해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가? 

필자가 알려주는 '제1공식'이야 말로 면접관을 배려하는 방법이다. 제1공식은 상대의 피로를 극소화시켜주는 ‘배려’의 면접방식이다. 그리고 내가 설명하고 싶은 내용을 맘껏 설명할 수 있는 시간적 허가를 얻어낼 수 있는 고도의 면접기법이기도 하다.

필자에게 훈련받은 학생들 95% 이상이 위의 1공식과 같은 답변으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나머지 5%도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라 거부감 없이 면접에 임했다고 한다. 면접은 서류에서 보여줄 수 없는 나의 모습을 세부적으로 보여주는 시간이다.

이때 일방적으로 내 입장과 상황을 나열하는 방식의 면접은 실패하는 면접이다. 그러나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확하게 한다는 것은 지원자에 대한 이미지도 제고될 뿐 아니라 언어시차를 극복하게 되는 기막힌 방법이 될 것이다. 

*다음 호 예고 : 제2공식 "이유는 ~이기 때문입니다. 이상입니다."

글쓴이 연주향 김항기는 (주)잡멘토 파트너 강사, 부모자녀네트워크 대표 세종대, 전북대, 인천대 등 다수 대학 취업 강의, 피플엔피플컨설팅 대표, 한국중앙교육센터 겸임강사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