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백하자면 면접관들에게는 서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통하는 불문율이 있다. ‘피면접자를 당황시켜라’이다. 철저히 준비한 지원자일수록 이런 당황되는 압박질문을 받게 될 확률이 높다.(본문중에서)

면접장에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본 경험이 있는가. 아니면 정말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받아 쩔쩔 매 본 경험이 있는가. 3공식은 이런 경우를 극복할 수 있는 묘책을 배우게 된다.

지원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모르거나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토로한다. 또는 ‘대답을 하다보니 질문의 본질을 벗어나서 답변하고 있음을 깨닫고 수정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도 한다.

말 하던 것을 번복하고 다른 답변으로 수정하는 것이 자칫 주관이 없는 사람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극히 꺼려하는 것 같다. 또 본인이 공개하기 싫어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숨기고 포장해서 답변해야 할지, 아니면 솔직하게 고백을 해야 할지 무척 조심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포장하자니 앞뒤가 맞지 않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고, 솔직하게 고백하자니 합격선에서 멀어질 것 같으니 그 마음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런 경우 ‘솔직히 답해라’, ‘단점이나 숨기고 싶은 내용을 대답하기 두려워하지 말아라’라고 조언한다.

이유는 우리에게는 ‘제3공식’이 있기 때문이다. 3공식은 전환접속사나 연결접속사를 사용하여 본인의 답변을 보충하거나 수정하고 싶은 내용을 자연스럽게 번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엑스 취업박람회에서 만난 ‘그녀’ 

언젠가 코엑스에서 열린 대규모 채용박람회의 면접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행사에는 전국에서 고등학생, 대학생 및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그리고 1인당 20분의 시간을 배정 받아 1:1 면접코칭을 받을 수 있다. 면접 컨설팅 부스 앞에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면접코칭을 받으려는 신청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무작위로 배정되는 6개소의 부스 중 한 곳에 자리잡은 내 앞에 무척이나 피곤해 보이는 한 여성이 인사를 건네며 앉았다. 무엇을 도와야 할지 묻는 내게 그녀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짧게 설명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할지 공무원 시험준비를 할지 고민하다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결심하고 시작을 했어요. 작년까지 3년간 시험에 응시했구요. 그런데 결과는 불합격이었어요. 이상한 건 서류 전형과 1, 2차 면접에서는 언제나 합격이었는데 꼭 최종면접만 가면 불합격인거에요.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면접을 잘 못한 건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궁금해서 찾아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내내 머리속을 빠르게 지나가는 질문이 한 가지 있었기에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대답하기 무척 곤란했던 질문이 있었나요?”라고. 그러자 그녀는 이내 얼굴색이 변하며 “있었다”라고 답했다. 그것은 바로 ‘왜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다가 회사에 들어올 결심을 했나요? 시험 보다가 계속 낙방하니까 취업하겠다고 변심한 것 아닙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것이었다.

정말 피하고 싶은 질문이었다고 고백했고 꾸며서 대답한 적도, 솔직하게 대답한 적도 있다고 했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 좋았을 텐데 모두 낙방이라는 결과로 귀결되다보니 본인도 혼란스럽다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되물어왔다.

나는 몇 가지 질문과 답을 나눈 후 어느 정도의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녀가 꾸며서 대답할 때는 ‘거짓’임이 표가 났고 솔직하게 대답할 때는 매우 자신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그녀도 시험에 계속 낙방하자 취업을 결심한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린 처방은 ‘그래도 솔직하자’였다. 그리고 난 후 3공식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진짜 이유를 찾아야 한다" 

나는 면접코칭을 진행하는 동안 세부적인 기술에 집중하지 않는 편이다. 그저 지원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 집중한다. 그녀와도 그런 시간을 갖는 중 지극히 ‘이타적성향’이 강한 모습을 발견했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그녀는 무척 행복해 하고 지치지 않는 모습을 찾아낸 것이다. 따라서 지금 그녀는 ‘사회복지사’로서의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에 취업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3년간 외도 아닌 외도를 한 것이 본인 스스로를 위축시켜 번번이 낙방한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단점을 공개하는 것을 불편해 한다. 그리고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본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당황’스러운 질문을 한다. 구지 표현하자면 ‘압박면접’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면접관들은 업무지식에 대해서도 궁금하지만 정작 중요하게 궁금한 것은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가’이다. 그리고 그 궁금했던 지원자가 어떤 업무관련 지식과 기업에 적응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2차적으로 궁금해 한다. 면접 단계가 올라갈수록 이런 성향은 더 강해진다. 

면접관끼리도 ‘말하지 않아도 아는 불문율’ 

한 가지를 고백하자면 면접관들에게는 서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통하는 불문율이 있다. ‘피면접자를 당황시켜라’이다. 철저히 준비한 지원자일수록 이런 당황되는 압박질문을 받게 될 확률이 높다.

항공사에서 승무원을 뽑을 때를 예로 들어보자.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학부에서 전공관련 학습을 해 왔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승무원학원까지 다니며 나름 엄청난 준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어떤 종류의 질문이던지 간에 스쳐 지나가며 묻더라도 멋진 답변이 반사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면접관이 그렇게 준비된 사람에게서는 본성과 본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황되는 질문을 한다. ‘성적이 이게 뭐냐’, '그 정도 외국어 발음으로 외국인 탑승객을 대할 수 있겠느냐’ 등 더 심한 경우까지도 질문을 한다. 그러면 지원자는 순간 당황하게 되고, 머리 속이 하얗게 되며 자신의 본 모습이 보여지게 된다. 면접관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채점을 시작하는 것이다. 

스스로 찾아 낸 해결책 

대답하기 너무 곤란한 '공무원 시험'이라는 외도에 대해 솔직하게 시인하기로 하고 그녀와 공유한 3공식은 이랬다. 물론 1공식과 2공식을 연결해서 3공식까지 도달한다. 

<질문> 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입사를 결심하게 됐죠? 계속 낙방하니까 이제서 회사에 들어오려고 하는거 아닙니까? 더 공부해서 공무원하시지 그러세요? 

<답변> -1공식 : 그것은 ~입니다.
“지적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공무원의 길로 가려고 마음먹고 공부했습니다.”

-2공식 : 이유는 ~이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제 성향이 혁신적이거나 진보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3공식 : 연결접속사 + 부연설명
“그러나 저는 공부하는 3년 동안 해결되지 않는 갈증을 안고 공부했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돕고 협력하는 일을 좋아하고 그 일을 할 때 행복해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또 그 기간동안 저는 제 미래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고, 그 모습이 ‘사회복지사’라는 생각을 확실히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비록 제가 외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 인생의 목표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열차에 계속 앉아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목적지를 찾는데 짧지 않은 기간이 걸려서 목적지를 찾았습니다. 이제 저는 열차를 바꿔 타려고 결심했습니다. 제가 목적지에 잘 도착될 수 있는 열차에 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 이 답변을 정하고 난 후, 그녀의 표정은 처음 부스에 들어 올 때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고, 그 이유를 설명한 후, 전환접속사를 활용하여 현재 본인의 모습과 인생관을 부연설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정확히 1공식→2공식→3공식을 연결시킨 깔끔하면서 스스로 자신감 있는 답변이었던 것이다. 

수개월이 지난 후 나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그녀였다. 합격했다고 했다. 나와의 대화에서 밝혔던 지원하고 싶어했던 회사와 같은 이름의 회사를 대며 기쁜 목소리로 승전보를 전해왔다. 기뻐하는 그녀는 예상했던 질문을 받았고 공식에 맞춰 준비하고 연습했던 답변을 진솔하게 풀어나간 덕을 톡톡히 봤다고 했다.

글 /
김항기 피플앤피플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