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교촌마을 입구 사진.(사진-아띠참신문)

지난 5월 24일과 25일 고속도로를 달려 4시간 만에 도착한 경주는 입구부터 달랐다. 커피숍, 휴게소 등 모두 한옥의 형태로 지어 놓았다. 유적지의 도시, 수학여행의 고장이라는 타이틀이 왜 붙었는지 알 것 같다. 10년전 초등학교 수학여행에서 본 경주가 내 기억의 마지막 경주다. 날씨가 더웠던 것 외에 기억나는 것은 없다. 

경주에는 스탬프 투어 라는 것이 있다. 경주의 대표적인 문화명소 15곳에 스탬프 투어 마크가 표시된 장소에 비치되어 있는 스탬프를 모두 찍어 오면 소정의 상품을 제공한다. 경주시가 생각해낸 작은 이벤트다. 경주의 수많은 문화명소 중 어딜 가야 할 지 모르겠다면 스템프 투어도 알찬 여행의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음으로는 스탬프 투어에 도전 해 보고 싶었지만 부족한 시간 때문에 다음을 기약했다. 

첫 장소는 교촌한옥마을. 마을을 들어선 순간부터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온갖 체험 장과 생각보다 넓은 내부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교촌마을이란, 신라시대 최초의 국립대학인 국학이 있었던 장소다.  신라시대의 국한은 고려시대의 향학, 조선시대의 향교로 이루어 진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최부자댁"

경주 교촌마을이 유명해진 것은 바른 부자의 모습을 보여 준 경주 최부자의 고택이기 때문이라고. 경주 최부자는 12대 400년 동안 만석의 재산을 지켰고, 9대 진사를 배출했다. 특히 가난한 이웃을 도우며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 교촌한옥마을 전경.

경주 교촌에는 향교와 최씨 고택을 중심으로 전통 한옥이 많이 남아 있다. 교촌 인근에 첨성대, 월성, 계림 등 중요한 신라 유적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신라문화 속의 조선 문화라는 특징이 있는 장소로 유명한 곳이 바로 교촌이다. 

교촌마을에서는 여러가지 전통문화 체험장이 운영되고 있다. 국악 체험장, 창의체험 학습장, 천연염색 체험장, 누비 체험장, 다도예절 교육장, 유리공방, 토기공방 등이 운영중이다.

국악체험장에서는 공연시간에 맞춰 잔디마당에서 노천공연장을 운영하고 있고, 토요문화학교 ‘두근두근 신라소리’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중이다. 다도예절 교육장에서는 성인, 청년, 어린이부로 나뉘어 다도예절 체험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찻잔이나 접시 등을 만들어 보는 공예품 만들기 체험장도 운영하고 있다. 각종 차 재료도 판매한다. 또 주변에 전통한식당과 민속식당, 전통찻집과 매점이 있어 관광객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받침' 으로 불리는 첨성대

교촌마을에서 조금 걷다 보면 첨성대가 있다. 경주 인왕동에 위치한 국보 제 31호인 첨성대는 선덕여왕 때 만들어진 동양최고의 천문관측소다. 신라인들의 과학정신을 반영한 건축물로 총 362개의 돌 하나하나에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둥근 하늘을 상징하는 원형과 네모난 땅을 상징하는 사각형을 적절한 배합해 아담하고 안정감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받침'이라는 의미의 첨성대는 어린 시절 봤던 첨성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다지 크지도 높지도 않은 모습에 실망했지만, 어떠한 과학기술이나 첨단 장비가 없었음에도 이러한 별의 관측을 위한 건물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 첨성대 전경 사진.(사진-아띠참신문)
▲ 첨성대 전경 사진.(사진-아띠참신문)

첨성대는 높이 약 950cm로 기단부, 원주부, 정자형두부로 나누어진다. 기단부는 사각형 모양으로 상하 2단으로 되어 있으며, 상단은 한 변이 518cm, 높이 39.5cm인 직육면체 석재 12개로 이루어져 있다. 하단은 이보다 약간 큰 한변이 536cm, 높이가 39.5cm인 직육면체 석재 20개로 이루어져 있다. 

첨성대 전체의 석재는 화강암으로 기단부, 원주부의 외벽과 정자형 두부는 다듬어져 있으나 내벽을 잘 다듬어져 있지 않다. 총 362개의 돌로 이루어져 있고 서로 엇갈려 쌓여져 있다. 단의 수는 27단인데 여기에 27단은 선덕여왕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12단과 16단 사이에 작은 구멍이 있는데 그 구멍을 통해 들어가서 별을 관측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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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이 아름답다는 안압지에 가기전  석빙고를 탐방하기로 하였다. 조선 영조 때 만들어진 얼음 저장고로 그 규모나 기법면에서 걸작으로 꼽힌다고 한다. 신라시대에 얼음을 저장 했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어 이미 삼국시대부터 얼음 저장고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지만 현재는 조선시대의 것만 남아있다고 한다.
 

▲ 보물 66호인 석빙고는 얼음을 저장하는 곳이다.

영화의 소재로도 쓰일 만큼 석빙고는 전기가 없는 시절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던 냉장고의 역할을 했다고. 선조들의 지혜가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 되지 않는다. 석빙고 내부가 얼마나 시원한지 혹은 얼마나 추울지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통제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석빙고(보물 66호)에서는 겨울에 얼음을 체취, 저장했다가 여름에 사용하기 때문에 얼음이 녹지 않게 하기 위해 지하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록에 의하면 얼음을 채취해 저장하는 일은 신라시대부터 있었으며, 이 일을 맡은 관직을 빙고전이라 하였다고 한다. 

석빙고의 원리는 돌에 있었다. 석빙고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는데 화강암은 석빙고의 안을 낮은 온도로 유지하며 열을 바깥으로 내 보내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태양열을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여 내부의 더운 공기는 밖으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머물게 하여 석빙고 안을 차갑게 유지시키는 원리가 있다고 한다. 참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이다.  
 
불빛을 따라 사뿐사뿐 걸으니, 춤사위가 절로나는 '안압지'

▲ 안압지의 아름다운 야경.

드디어 해가지고 안압지(경주동궁과 월이지)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통일신라시대에 별궁 안에 있던 것으로 신라 원지를 대표하는 유적이라고 한다. 이 안에는 임해전을 비롯한 여러 부속건물과 정원이 있었으며 신라 문무왕이 궁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귀한 새와 짐승들을 길렀다고 전해진다.

경순왕이 고려 태조 왕건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군신들의 연회나 귀빈들의 접대장소로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또 '뭇'의 원래 이름은 '월 지'였으나 고려 후기에 폐허가 된 이곳에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들어 '안압지' 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준설을 겸한 발굴조사에서 축조되었던 안압지의 모습을 거의 확인 하였다고 한다.

야경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으며 호수 수면위로 비치는 신라시대 문물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게 되었다. 천 년의 역사와 현대 신문물의 조화가 숨막히게 아름다운 자태를 내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안압지의 조명은 정말 예술적이었다. 건물과 물이 마주보고 대칭을 이루는 모습은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되면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에만 이곳 안압지에서 연회를 베풀었다고 전해진다. 불빛을 따라 사뿐사뿐 걸으니, 그 옛날 조상들의 노랫소리와 춤사위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 하다.  

토함산이 만들어 낸 통일신라시대 사원예술의 걸작 '불국사'

이튿날은 불국사로 향했다. 약 1시간이 걸려 도착한 불국사. 우거진 나무 사이를 걸으며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를 마시니 여행의 정점에 도달한 기분이다. 불국사는 신라의 건축기술과 불교, 토함산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만들어 낸 통일신라시대 사원예술의 걸작으로 사적 제 502호로 등록됐으며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이다.
 

▲ 불국사에서 찍은 모습

불국사에는 청운교 및 백운교, 연화교 및 칠보교, 불국사대웅전, 불국사삼층석탑, 불국사다보탑을 불국사 내의 여러가지 건축물들이 있다. 공사중으로 다 둘러보지 못한 점이 기행을 마치고 집에 온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밖에 다양한 문화 유산들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부족한 시간으로 둘러보지 못한 석굴암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주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다양한 먹거리도 많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왕릉은 뒷동산 만한 크기였으며 가는 곳마다 땅을 파고 유적지를 발굴 하는 모습 또한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불국사를 가기 전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식당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이 아직도 생각난다.
“경주는 더워요. 서울처럼 높은 건물이 없거든요. 경주는 지하철을 못지어요. 지하철 지을라고 땅만 파면 유물이 나오거든…” 

경주는 교통이 불편하다. 경주는 다른 도시처럼 높은 건물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늘도 별로 없다. 하지만 여기 경주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가꾸며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도시다. 여행의 끝에서 돌아보니, 경주에 대한 질문이면 무엇이든 모르는 것 없이 척척 알려주시는 경주 시민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경주라는 아름다운 도시 속에 산다는 행복과 자부심을 느끼는 시민들이 부러웠다. 

다음 기회에 또 다시 경주를 간다면, 조금 더 많은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가고 싶다. 긴 역사의 이야기를 간직 하고 있는 도시인 만큼 여유로운 마음으로 관광에 임하고 싶다. 
누가 뭐래도 경주는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 낸 유물과, 유적지 그리고 찬란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는 좀 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방문해야 겠다. 경주, 조만간 다시 올게!!

취재 / 성서현,정소영,안지희,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