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호 감독 (사진-조희승 기자)

다가오는 2014년 9월 12일 '청춘에 미쳐라!'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존 영화제들의 규격화된 틀을 깬 스토리텔링 국민 참여형 문화공연의 장(場)인 청춘에 미(美)친 영화제가 막을 올린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엔가 적어도 세 번은 미쳐보자. 그것이야말로 열정으로 타오르는 봄날의 꽃잎처럼 청춘일 것이다. 아띠참 신문은 '청춘에 美친 영화제' 출품을 앞두고 열정으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100여 팀들의 제작 현장을 찾아가 어떻게 관객들에게 청춘에 대한 메시지를 앵글 속에 담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여대생을 통해 바라 본 청춘의 현 주소 영화 <남희>. 전국 대학생 재능기부 운동본부 아띠참에서 주관한 '청춘에 미친영화제' 그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따끈한 영화제목이다. 한국외국어대 영화울림 김준호 감독은 "젊은이들이 주체적일 때야말로 청춘이라 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꿈을 강요한다. 한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과 실천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자본주의의 모순들을 제거하지 않은 채 강요하고 있는 이상적인 꿈이 무엇인지는 되물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젊은이들이 꾸어야 할 꿈이 왜 정해진 굴레에서 벗어나 주체적이어야 하는지, 영화 <남희>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고3 여학생과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생각을 소재로 한 영화 <남희>가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자 했는지 알기 위해 한국외국어대학교 '영화울림' 이라는 동아리를 찾아갔는지도 모르겠다. 7월 무더위가 막 손을 흔든 어느 날, 김준호 감독을 만났다.

▲ 반갑습니다. 감독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 안녕하세요, 한국외국어대학교 재학 중인 스물넷 김준호(이하 김 감독)입니다. 대학교에 입학해 무작정 친구들과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다보니 어느새 영화감독의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최근 청춘에 美친 영화에 출품할 <남희>를 연출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영화를 만들면서 꿈을 향해 다가가고 싶습니다.

▲ 크랭크업 단체사진. 김준호 감독과 그의 스탭들.(사진제공-영화울림)

▲ 제작팀 구성과 팀원(스탭)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 스탭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화동아리 ‘영화울림’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세부구성은 연출, 제작, 미술, 촬영, 음향, 편집, 배우팀으로 총 7개팀이 운영되었으며, 타 대학 학생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 참여로 원환하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1년 단편영화 EXIT을 함께 찍은 배우 박인영양과 다시 함께 영화를 만들게 되었으며, 다른 배우들은 ‘필름메이커스’와 주변소재 학교 연극동아리에서 섭외했습니다. 총 21명의 스탭(배우 포함)을 꾸려 <남희>를 찍게 됐습니다. 

▲ 어떠한 계기로 영화감독의 길을 걷게 되었나요?
- 어릴 적부터 제 생각을 표현하는 게 좋았습니다. 일기나 편지를 쓰는 게 취미였고, 고등학생 때는 랩 가사를 쓰곤 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해 카메라와 편집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생각을 표현하는 새로운 매체를 발견하고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이후 뮤직비디오, 시트콤, UCC, 영화 등의 다양한 영상을 찍어왔습니다. 특히 영화를 찍을 때 가장 재미있고, 스스로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영화감독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 혹시 김 감독의 꿈을 물어 봐도 될까요?
- 제 꿈은 영화사를 차리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평생 영화를 찍는 겁니다. 이왕이면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는 영화를 찍을 수 있길 바랍니다. 여건이 된다면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을 지원해 주고, 또 주변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베풀면서 살고 싶습니다.

▲ 영화 <남희> 촬영 장면. (사진제공 - 영화울림)

▲ 김 감독은 영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삶은 뫼비우스의 띠와 같습니다. 변한듯 해도 사실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반복될 뿐만 아니라 누구나 죽기 때문에 삶은 허무합니다. 인간의 원죄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될 것입니다. 뫼비우스의 띠 위에서 단지 몸을 싣고 반복된 삶을 사는 것과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스스로 움직일 때 인간은 실존합니다. 반복되는 삶에서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동력, 그것이 저에겐 영화입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예술입니다. 

▲ 제작중인 영화<남희>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 <남희>에 대해 소개하게 돼서 기쁩니다. <남희>는 꿈이 없는 청춘에 대한 얘기입니다. 많은 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마치 어려운 질문이라도 받은 듯 잘 모르겠다고 하는 학생들이 태반입니다. 씁쓸한 현실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모른다.’ 얘기하는 이유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했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영화에 담았습니다. 

남희는 대학교 3학년 여학생입니다. 자존심도 강하고, 자기관리도 잘하는 편입니다. 열심히 살기에 겉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 지리멸렬하고 치졸합니다. 잘나가는 후배와의 갈등, 선후배가 모이는 홈커밍 자리, 남희를 선망하는 여고생을 통해 현 ‘청춘’의 현주소를 담아냈습니다. 

▲ 영화화를 하는 동안 각별히 공을 들인 포인트가 있나요?
- 기존 청춘영화에서 다루어졌을 법한 문제의식이기에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를 두는 데에 포인트를 두고자했습니다. 씁쓸한 청춘의 현실이기에 보통 영화 분위기도 우울한 경우가 많은데, 이번 영화는 아예 반대로 가고자 했습니다. 의도적으로 화려한 미술과 고풍적인 느낌을 통해 씁쓸한 현실과 대조시켜 그 차이에서 나오는 처연함을 연출해 내는 데 신경 썼습니다.

홈커밍데이 장면의 경우, 보조출연 40명을 동원해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습니다. 선후배가 모이는 대학교 술자리는 사회구조를 답습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기에 꼭 영화에 담고 싶었습니다. 

▲ 촬영(진행과정)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은 건 혹시 없었습니까?
- 첫 촬영, 과외학생이 춤을 추는 장면을 찍을 때였습니다. 원래 스모그 머신으로 연기를 뿜는 연출을 계획했는데 스모그 머신이 고장 나는 바람에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연기를 꼭 영상에 담고 싶어서 고민 끝에 한 스텝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드라이아이스를 구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촬영을 중간에 멈추고 스텝들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오고 드라이아이스를 제법 가져왔습니다. 드라이아이스를 바닥에 깔았지만 기대한 만큼 연기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연기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웃을 일은 아니지만 순간적인 위기에 어떻게든 대처하려는 스텝들의 재치와 밤 11시가 넘어서 학교 앞 가게까지 뛰어가 드라이아이스를 구해 온 고마운 마음들이 기억에 오래 남을 거 같습니다.

▲ <남희>속 홈커밍데이 장면 스틸 컷. (자료제공-영화울림)

▲ 영화를 통해 청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 어쩌면 ‘청춘’은 기성세대의 구조를 공고히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미화되고 젊은이들에게 강요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주체적으로 ‘청춘’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단지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구조에 휩쓸려 버렸죠. 이로 인해 치열한 경쟁 사회와 구조적 모순을 재생산하는 답습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물어 보면 대부분 ‘아직 잘 모른다.’라고 답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시대의 청춘이라 불리는 이들이 스스로 ‘청춘’이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보길 바랍니다. ‘청춘’이란 단어가 만연하고 권장되는 현 사회에서 과연 ‘진정한 청춘’이란 무엇인가요? 

▲ 국내외를 막론하고 롤모델로 삼고 싶은 영화감독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 캐나다 출신 자비에 돌란 감독이 저의 롤 모델입니다. 젊은 나이에 칸영화제 심사위원 경력이 있는 그는 독창적인 연출과 탁월한 미적 감각으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스타성이 뛰어 나고 작품성도 인정 받으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감독입니다. 저보다 고작 두 살 많습니다.

▲ 김 감독(팀)에게 청춘에 美친 영화제란?
- 청춘에 美친 영화제는 영화를 갓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좋은 시작이 될 것이며, 영화를 어느 정도 찍어본 학생들에게는 쉼터가 될 것 같습니다. 보통 영화제에서는 DVD와 신청서를 제출하고 마냥 결과만 기다릴 뿐입니다. 물론 수상은 하늘에서 별 따기입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수상을 떠나, 각 팀들의 스토리텔링을 들어준다는 점에서 위안이 됩니다. 고생을 해서 찍은 영화가 결과로만 판단되는 기존 영화제와는 달리, 그 과정에 더 중점을 두는 점이 색다르고 이로 인해 좋은 추억이 될 거 같습니다. 

▲ 김 감독(팀)에게 청춘이란?
- 이번 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청춘일까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30대 직장인을 청춘이라 하지는 않는데, 그렇다면 스물 몇 살 즈음이 청 춘의 기한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은, 꿈이 있다면 할아버지도 청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꿈이란 단지 어떤 목표가 아니라, 하면서 즐거운, 설령 힘들더라도 또 하고 싶어지는 것, 생각하면 설레는 것 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주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를 알아가는 것이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합니다. 어른이 되다보면 사회와 타협하고 자신의 주체적 생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순간 청춘은 우리 곁을 떠납니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젊다고 청춘이 아닙니다. 청춘은 어떤 시기를 일컫는 용어도 아닙니다. 청춘은 스스로 만들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모두의 가슴속에 청춘이란 단어가 기억되길"

김 감독과 두 시간 동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학에 가면 뭐든 다 된다는 기대에 부풀어 책상에 앉아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여고생 남희가 불과 몇 년 후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되어 느끼게 되는 환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누가 해소 해 줄 것인가와 그리고 왜 환상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슬퍼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분명 남희가 주는 메시지는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강한 여운을 전해 주는 듯 하다. 소나기가 한참 동안 퍼 붇고 나면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맑게 웃으며 강렬한 태양이 고개를 내 밀어 일곱 빛깔 무지개를 초원에 그려 주는 것처럼 이 영화를 통해 모두의 가슴에 청춘이란 단어가 새겨 지길 기대한다. 끝으로 <남희> 제작에 참여한 모든 스탭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김 감독의 미래의 꿈이 머지않은 날에 이루어지길 바란다.

취재 / 조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