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 2장 10조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이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 취약계층은 여전히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런 이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민 사람들이 있다. 바로 19년째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가천대학교 언재호야다. 언재호야 회장 구수정씨, 동아리 회원 이찬수씨를 만나보았다.

- 동아리 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구수정 씨) ‘언재호야’는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학술·봉사 동아리입니다. '언재호야'라는 이름은 천자문의 가장 마지막 글자에서 따왔습니다. ‘언’,‘재’,‘호’,‘야’ 각 글자에는 뜻이 없지만, 문장 중간이나 말미에 놓여 문장을 완벽하게 만드는 어조사 역할을 합니다. 비록 글자 각각에 큰 의미는 없을 지라도, 뜻을 모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의료인이 되고자 한다는 뜻으로 ‘언재호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노인복지센터 어르신들께 봉사했는데, 2003년부터는 중랑구청 인근의 저소득층, 장애우, 다문화가정 등 사회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19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동계 봉사활동 모습(좌), 환자를 돌보고 있는 모습(우)

꾸준한 스터디를 통해 봉사의 기반 닦아

- 동아리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구수정 씨) 언재호야가 장수 동아리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한 스터디 덕분입니다. 언재호야는 학기 중은 물론 방학 중에도 모여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언재호야는 기존 선배들이 만들었던 커리큘럼을 따르고 있습니다. 선배들은 두꺼운 의학책을 직접 번역하실 정도로 학업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셨다고 합니다. 그런 선배들이 만들었던 커리큘럼인 만큼 저희들도 열심히 공부해야 소화할 수 있습니다.(웃음) 또, 아는 것이 많아야 제대로 된 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스터디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찬수 씨) 한의학과에 입학하면 처음에는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는 개론을 배우게 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심도 있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아요. 저는 이런 어려운 부분을 언재호야 스터디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스터디 뿐만 아니라 환자를 대하며 얻는 여러 가지 깨달음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재호야에서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이 좋습니다. 언재호야에서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언재호야 사람들이었습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배움들

- 봉사활동을 하며 힘들었던 일이 있나요?
(구수정 씨) 언재호야는 방학 두 달 동안 6주에 걸쳐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며 받는 환자는 하루 보통 100명 이상입니다. 학생은 적고, 환자는 많다 보니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또 봉사활동을 마친 뒤라도, 소화해야 할 일정이 있어 피곤함은 배가 됩니다.

그리고 환자마다 배정되는 학생이 다르다 보니, 먼저 오셔도 진료가 늦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것도 배움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좌), 많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고 있다(우)

醫聖의 마음으로

- 봉사활동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나요?
(구수정 씨) 저는 봉사활동을 통해 의료인의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현실적인 안주를 위해 의료인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의료인이라면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환자를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보면 불쌍히 여기고 치료해 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슴 속에 새기는 것, 남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에 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료인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언재호야의 미래

- 앞으로 언재호야가 어떤 동아리가 되었으면 하시나요?
(구수정 씨) 더욱 학구열이 넘치고, 봉사정신이 강한 동아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언재호야의 본래 취지가 학술동아리이니만큼 열심히 공부해서 보다 많은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진료차트를 DB화하고 싶습니다. 지금 진료 차트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실된 자료들이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할 때 DB가 있으면 다음에 같은 환자분이 또 오셨을 때 적합한 처방을 내릴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DB를 구축하는 과정이 까다로워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DB가 있으면 더욱 효과적인 봉사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언젠가는 DB를 구축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제 언재호야가 19년차에 접어드는데, 기념할 만한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언재호야의 가치관에 공감하고 성실히 활동할 수 있는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취재를 마치며

우리나라는 사회취약계층에 대해 최소한의 의료혜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해 빈곤선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의료혜택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런 현실에 비춰볼때 언재호야의 선행은 더욱 돋보인다고 할수 있다. 사회취약계층에 19년 째 온정을 베풀고 있는 이들. 이들은 자신들이 아직 전문의료인이 아니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들이 의료인으로서 갖고 있는 자세,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만큼은 전문 의료인 못지않다. 언재호야가 있어 우리나라 의료인의 미래가 밝다. 이런 언제호야들이 많아져 사회취약계층이 보다 폭넓은 의료혜택을 누릴 수있는 따뜻한 날을 기대해 본다.

취재

강애리 기자(서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3)
박수진 기자(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부3)
윤웅빈 아나운서(연세대학교 사회학과2)